트럼프 에너지 선거공약 경악... COP28 의장도 뒤집기
생태희망연대 칼럼
모두 4,725 단어로 쓰여진 미국 트럼프의 에너지 공약을 읽는 동안 분노를 넘어 좌절감이 몰려든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47가지의 선거공약(Agenda47)을 발표해 왔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을 제치고 대통령이 된다면 진행할 정치적 방향과 공약들을 담고 있다. 그 대부분이 극우적 시각, 미국 제일주의의 방향을 더욱 극단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특히 9월7일 발표된 에너지 부문은 전 지구적 위기를 초래할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에너지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제한하는 모든 장애를 제거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중국과 대등하거나 더 저렴한 에너지 가격을 만들어 인플레를 잡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것이라 주장한다. 세계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낮추기로 한 파리협정에 탈퇴할 것이며 급진좌파의 모든 그린뉴딜 정책에 반대할 것이라고 한다. 풍력 보조금 등 바이든의 모든 에너지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이고 원자력을 강화해 소형 모듈 원자로 투자를 늘려 재임 중 사상 최고의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약 5천단어의 긴 글을 읽는 동안 끔찍함을 넘어 절망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전기차를 확대해 나가고 친환경에너지를 독려해 그나마 탄소제로를 향해 가던 발걸음을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11월5일 선거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지만 현재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30%)에 이어 2위(15%)다. 1인당 탄소배출로 단위를 바꾸면 호주와 거의 비슷한 세계 2위다. 중국은 1인당 배출양은 13위.
화석연료 퇴출 이행계획을 제대로 합의하지 못해 불완전한 합의라는 비난을 받은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 역시 화석연료 퇴출에 미온적이다. 이 회의의 의장이기도 했던 아부다비 석유 가스 국영회사 회장인 아흐마드 자비르는 앞으로도 화석연료 채굴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COP 28 폐회마저 하루 늦춰(12월13일) 마지막에 힘겹게 합의문을 발표했으나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인 15일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탄소 에너지(라 말하나 실제는 석유 가스)의 책임있고 안정적인 공급자 구실을 계속하기 위해 1,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그린와싱의 표본이 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라는 과학적 결론을 믿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는 COP28이 열리기 전 한 온라인 생중계 행사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해 COP28 회의장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던 인물이다. 물론 오해가 있었다며 과학을 믿고 존중한다고 뒷수습을 했지만 속 마음을 들킨 셈이다. 그러다 회의 직후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쯤 되면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와 가스를 더욱 개발하고 사용해 ‘저렴한’ 에너지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트럼프와 쌍벽을 이루지 않을까? 이들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전기가 화석연료 발전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아니 화석에너지가 더 싸야만 하다고 믿는 종교인이 된 듯 하다.
트럼프는 어젠다47 속에서 자신을 모든 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라 칭하고 있고 바이든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고 이름으로만 부른다. 정치적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재자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나 있다. 히틀러를 통해 독재자는 어느 정도 사이비 종교 교주의 모습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를 절대 지지하는 세력들도, 석유를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산유국 부자들도 과학을 무시하는 정치경제적 사이비 교주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은 COP28에서 세계기후단체 연대인 기후행동네트워커(CAN)로부터 화석연료 확대에 열심이라며 ‘화석상’을 받았다. 참 부끄럽다.